그때 그사람 @01

2016. 9. 12. 00:31일상

 

 

 

 

나는 십여년 전만해도 만화영화 제작일을 하던 애니메이터(그림쟁이)였다

지금은 애니메이션을 떠난지 십여년이 되어가는 시점이지만....

 

 

그당시

이 사람 저 사람과 술 자리를 하다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날은 주량도 쎄고 잘생긴 그와(1:1)의 술자리에서

이차를 넘어 삼차를

편의점에서

맥주와 땅콩을 놓고 마주하게 되었는데 ...

 

 

그가 얼마나 취했는지

사람은 알아 보는데

중심을 못 잡는 지경 이었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바닥에 휙~ 하고

넘어지고를 반복 했고

이러쿵 저러쿵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같은 말을 반복하기 일쑤였다

 

 

그 취한 와중에 어찌하다 보니

나에게 메모를 남겨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볼펜과 메모지를 편의점 업무를 보는 이에게

빌려와 그에게 들려 주었는데

 

 

그가 메모를 하는 과정에서

나는 취했던 술이 제 정신으로 돌아 와야만 했다

 

남들이 말하는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느낌?

 

 

무엇 때문일까?

 

 

그는 메모지에 이렇게 글을 적고 있었다

 

한글자 한글자를

혹여나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한글자 한글자를 오래 오래 정확하게 쓰고 있었다

 

또박!  또박!

 

그냥 휙 휙 하고 써도 좋으련만

 

그가 쓰는 글자 하나 하나는

정확하고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꼬부랑~  

꼬부랑 ~

술에 취해 있어도 말이다 !

 

 

 

 정신력으로 버티기에도 너무 많이 취해 있는데.....

흐트러 지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는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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