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14. 16:21ㆍ오래된 글 묶음
요즘 쇼츠를 이것저것 보다 보면 가끔 이상한 영상이 있습니다.
영상 자체는 별로 화려하지 않습니다.
편집이 엄청난 것도 아니고, 화면이 특별히 예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댓글을 보고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반대인데.'
그러다 보니 댓글을 하나 달고 나옵니다.
얼마 전 이런 영상을 몇 개 보면서 한참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쇼츠를 오래 보는 이유가 꼭 영상 자체가 재미있어서만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우리는 영상을 만들 때 자꾸 완벽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좋은 사진을 넣고,
자막도 깔끔하게 만들고,
음악도 잘 고르고,
정보도 틀리지 않게 정리하려고 합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너무 완벽하게 정리된 영상은 오히려 보고 나서 할 말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조금 애매한 영상은 이상하게 한마디 하고 싶어집니다.
예를 들어
진라면은 역시 매운맛이지 않을까요?
라는 말과
진라면 매운맛과 순한맛,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라는 말은 비슷해 보이지만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두 번째 질문을 보면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매운맛인데.'
'아니, 순한맛이 더 맛있는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작은 차이가 댓글을 만들기도 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정보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에도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쇼츠를 보다 보면 일부러 틀린 내용을 넣어서 댓글을 유도하는 영상도 있습니다.
오타를 일부러 내거나,
누구나 아는 내용을 살짝 다르게 말하는 식입니다.
그러면 댓글에
"그거 아닌데요?"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
라는 반응이 달립니다.
댓글 숫자만 놓고 보면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방법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두 번의 관심을 얻는 대신,
사람들이 채널 자체를 믿지 않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채널이라면 더 그렇겠죠.
댓글 하나를 얻는 것보다
이 채널은 믿을 만하다'는 느낌을 주는 게 훨씬 중요할 테니까요.
그래서 일부러 틀리기보다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주제를 찾는 쪽이 더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제가 쇼츠를 보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은 마지막 부분입니다.
영상에서 모든 이야기를 완벽하게 끝내버리면 시청자도 그냥 끝납니다.
"그래서 정답은 이것입니다."
하고 끝나는 영상보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하고 끝나는 영상이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가기 쉽습니다.
사람은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고 싶어지니까요.
물론 아무 질문이나 붙인다고 댓글이 달리는 것은 아닐 겁니다.
영상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같은 질문은 오히려 티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영상을 본 사람이 실제로 고민해볼 만한 질문을 남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비교했다면
"여러분이라면 둘 중 어느 것을 고르시겠어요?"
실제 상황을 보여줬다면
"이 상황이라면 그냥 넘어가시겠어요?"
정답이 없는 이야기라면
"저라면 이렇게 할 것 같은데, 다른 생각도 궁금합니다."
이런 식입니다.
댓글이 많이 달리는 영상을 보면 처음에는
'알고리즘을 잘 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리즘을 신경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이 반응할 만한 이유가 영상 안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재미있어서 웃을 수도 있고,
공감해서 한마디 할 수도 있고,
나와 생각이 달라서 반박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댓글은 그 결과일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쇼츠를 만들 때는
'어떻게 하면 알고리즘을 속일까?' 보다는 ...
이 영상을 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를 먼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영상 마지막에는 가능하면 작은 여백을 하나 남겨두려고 합니다.
내가 할 말을 다 해버리는 대신,
시청자가 한마디 보탤 수 있는 자리.
그게 댓글일 수도 있고,
그냥 혼자 생각해보는 것일 수도 있겠죠?
쇼츠는 짧아서 더 어렵습니다.
몇 초 안에 사람의 눈을 붙잡아야 하고,
그 짧은 시간 안에 무언가를 느끼게 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결국 화면을 보고 있는 건 사람이니,
사람이 궁금해하고,
웃고,
공감하고,
가끔은 한마디 참견하고 싶어지는 영상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다음 쇼츠를 만들 때는 조회수부터 보지 말고,
이 영상을 본 사람은 무슨 말이 하고 싶어질까?
이것부터 한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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