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은 그 할머니를 따라가고 있었다

2016. 2. 2. 00:30일상

오늘은 은행에 볼일이 있어

집사람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이 점점 차갑게 다가온다

 

 

3한4온이라 했던가 ?

몇일 따뜻한가 싶더니 오늘 또 다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점퍼의 지퍼를 올려 채운 후 

점퍼에 달린 커다란 모자를 덮어 썼더니

까지 내려 모자의 답답함에 다시금 모자를 벗어 던졌다

 

 

은행에 도착을해서 집사람은 업무를 보고

나는 현금 입출금기(ATM)가 있는 곳에서 창밖을 내다 보고 있었다

 

 

 

은행앞은 인도가 있고 인도 너머에는 넓은 4차선 도로가 있었으며

인도에는 버스 정류장도 있고 로또 판매점도 있고 또 재활용 수거함도 있었다

인도와 도로가 만나는 부분에는 전봇대도 있고 가로등도 있었고 플라타너스 나무도 있었다

 

 

그런데 한 할머니가 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는 등이 약간 굽어 있었고 걸음걸이는 팔자 걸음에

한쪽 발이 불편 하신지 조금씩 절면서 걷는 모습이었다

 

 

붉은색 두터운 점퍼를 입으셨고

한 손에는 천으로 보이는 두툼한 가방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속이 보이지 않는 두툼한 회색 비닐 봉지와

길다란 밀대를 들고 계셨는데 밀대 끝에는 솔이 달려 있었다

 

 

저 할머니는 어디를 가시길래 양손에 두툼한 가방을 둘씩이나 들고 계시는걸까?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시선은 할머니를 따라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플라타너스 나무에 멈춰 서시더니

그 나무에 붙어있던 오징어 모양으로 붙어있던 16절지 크기의

광고 용지를 뜯어 천가방 안에 집어 넣는다

 

 

그리곤 비닐속에서 풀칠용 작고 넓직한 풀칠용 붓을 꺼내

좀전에 붙어 있던 광고지 자리에 풀칠을 하시더니

천가방에서 좀전에 떼어낸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의 다른 광고지를 붙이신다

천가방에는 광고지가 들어있고 비닐 안에는 풀통과 작은 풀칠용 풀 들어 있는 듯

 

 

그리곤 잘 붙었나 다시한번 뒤돌아 보며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시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재활용 수거함 앞에 멈춰 서신다

저곳에도 붙이시려나 보다 생각하는 찰나...

좀전에 떼어 낸 광고지를 재활용 수거함 속으로 집어 넣으신다

처음엔 몇장...그리고

작은 조각들.....

 

 

그리고 할머니는 내가 처음에 보았던 모습으로 한손에는 비닐가방과 밀대를

다른 한손에는 천 가방을 들고 팔자 걸음으로 조금씩 절룩 거리시면서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힘들게 은행 계단을 오르신다

 

 

은행 현관문 안으로 들어오신 할머니는

현금자동 입출금기가 있는 한쪽 구석에 

풀이 들어있는 비닐과 밀대를 내려 놓으시고 천가방을 든 채로 

은행 안쪽 유리문을 열안으로 깊숙히 들어 가셨다 

 

 

오늘 정말 많이 추웠는데

아마도 추위에 몸을 녹이려고 은행으로 들어 가셨는가 보다

 

 

짧은 시간 동안의 일이었지만

내게는 기나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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